사-라-ㅇ(Lov-e) / 2023 / Ink on paper
이 작업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본 뒤, 사랑과 집착, 이별이 서로 분리되지 않은 채 뒤엉키는 관계에 대한 인상에서 출발한 3페이지 만화 작업이다.
작품 속 인물은 사랑을 완전하게 만들고 싶어 하지만, 그 욕망은 오히려 상대를 붙잡고 훼손하며 결국 자기 자신까지 파괴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사랑은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고 소유하는 감정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끝까지 붙잡으려는 욕망에 가깝다. 사랑을 영원히 지속시키려는 시도가 역설적으로 관계의 파괴와 부재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과장된 표정과 뒤틀린 신체, 반복되는 눈의 클로즈업과 거친 펜선은 이러한 감정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반면 인물들이 말하는 사랑은 지나치게 진지하고 낭만적이다. 이처럼 절박한 언어와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 공존하는 아름다움과 폭력성, 애정과 집착, 욕망과 자기파괴를 동시에 보여준다.
결국 이 작업에서 ‘완전한 사랑’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끝내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관계, 즉 미결의 상태를 영원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인간의 모순된 욕망에 가깝다. 작품은 사랑을 정의하기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인간이 얼마나 모순적인 선택까지 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