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 / 2026 / Oil on canvas
〈배설〉은 내부에 축적된 경험과 감정이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외부로 밀려 나오는 순간을 다룬다. 받아들인 감각과 기억은 충분히 이해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채 쌓이며, 서로 다른 감정이 뒤섞인 압력을 형성한다. 호감과 실망, 애정과 거부감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화면에 쏟아진다.
밖으로 나온 것들은 명확한 형태나 일관된 흐름을 이루지 않는다. 흔적들은 서로 겹치고 충돌하며, 내부에서 압축되어 있던 감각의 밀도와 배출 과정의 마찰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경험은 원래의 모습에서 벗어나 변형되고, 말로 정리하기 어려웠던 감정은 물감의 움직임과 축적으로 나타난다.
배설에는 비워내는 해방감과 자신의 잔여를 마주하는 불편함이 함께 존재한다. 내보냈다는 사실만으로 그 경험을 이해하거나 관계를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부를 떠난 감정은 눈앞에 놓인 흔적이 되어 다시 관찰의 대상이 된다.
〈배설〉은 인간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모두 납득하기 전에 먼저 반응하고 표현하게 되는 순간을 붙잡는다. 화면은 그렇게 밀려 나온 모순과 미해결된 감정이 뒤엉킨 자리이며, 비워낸 뒤에도 남는 흔적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