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중 / 2026 / Oil on canvas / 130.3*130.3cm
〈소화중〉은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경험과 기억, 타인에 대한 감정이 내부에서 서서히 뒤섞이고 변형되는 상태를 다룬다. 관계 속에서 발생한 호감과 실망, 이해와 거부는 어느 하나로 정리되지 않은 채 함께 남으며,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로의 의미와 강도를 바꾸어간다.
화면 속 형태들은 강하게 충돌하거나 밀어내기보다 느슨하게 겹쳐지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각 흔적은 자신의 모습을 남기면서도 주변의 색과 형태에 스며든다. 이는 서로 다른 감각을 받아들이고, 그 사이에서 내부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닮아 있다.
이때 소화는 모순을 해소하거나 경험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이 아니다. 쉽게 납득되지 않는 타인의 모습과 자신의 반응까지 내부에 머물게 하며 조금씩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화면의 평온함은 미해결된 감정들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잠정적인 균형을 드러낸다. 작품은 격렬한 방출에 앞서, 경험이 아직 명확한 의미로 굳어지지 않은 채 천천히 소화되는 시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