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로 태어날래 / 2026 / Acylic paint on wooden panel / 730*510mm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로 태어날래〉는 남성으로 살아가며 반복적으로 요구받는 태도와 역할에 대한 피로에서 출발한 자화상이다. 화면 속 인물은 양팔을 들어 힘을 과시하고, 과장된 근육과 긴장된 표정을 드러낸다. 외형적으로는 강함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자세이지만, 얼굴에는 오히려 분노와 긴장, 피로가 뒤섞여 있다. 이 모순은 ‘강해야 한다’, ‘버텨야 한다’, ‘약한 모습을 쉽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남성적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담을 보여준다.

강렬한 핑크색은 이러한 남성적인 신체 이미지와 의도적으로 충돌한다. 힘과 근육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남성의 자세를 사용하면서도, 그 이미지를 밝고 인공적인 색채로 뒤집어 남성성 자체를 조금 우스꽝스럽고 불안정한 것으로 만든다. 인물은 자신의 힘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그 힘을 계속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지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목의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은 성별 정체성에 대한 선언이라기보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수행해온 남성으로서의 삶에서 한 번쯤 벗어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깝다. 다른 성별의 삶이 더 쉽거나 이상적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계속 수행하는 데서 오는 피로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은 호기심을 드러낸다.

결국 이 작업은 남성성을 부정하거나 비판하기보다, 강함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강함에 지쳐 있는 상태를 다룬다. 가장 남성적인 자세를 취한 인물에게 정반대의 제목을 붙임으로써, 자신에게 익숙한 정체성과 역할을 바라보는 거리감과 피로를 유머와 불편함이 섞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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