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너가 누군데 / 2026 / 162.2 × 112.1 cm / Acrylic paint on canvas

〈그래서 너가 누군데〉는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감정적 몰입과 이성적 경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상대에 대한 감정이 커질수록 더 깊이 알고 싶어지지만, 동시에 그 감정에 휩쓸리거나 상처받을 가능성에 대한 불안도 커진다. 그래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행위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일정한 기준 안에서 분류하고 통제하려는 태도로 이어진다.

화면의 청록색 블록과 짙은 남색의 반복 패턴은 이러한 정리와 분류의 시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위를 가로지르는 불규칙한 선과 흘러내리는 흔적들은 그 구조가 끝내 완전히 유지되지 못하는 상태를 드러낸다. 특히 화면 중심부에서 선들이 집중적으로 얽히는 부분은 상대를 명확히 이해하려 할수록 오히려 생각과 감정이 더 복잡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목의 ‘그래서 너가 누군데’는 상대를 향한 호기심과 끌림뿐 아니라 경계심과 의심이 함께 섞인 질문이다. 결국 이 작업은 누군가에게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그만큼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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